'지방도시 살생부 _ 압축도시만이 살길이다'를 읽고. .

 중소도시 쇠퇴는 현실이다. 일자리가 없어서 젊은이들이 떠난 도시에는 고령 인구만 가득하다. 한국지리 보충수업 시간에 학생들과 학교 근처로 짧은 답사를 나갔다. 답사 중에 벤치에 앉아 오가는 사람들을 보았다. 학생들에게 가장 많은 연령대는 어디일까 질문을 던졌다. 대부분 노인임을 확인하고 중소도시에서 나타나는 인구구조와 그로 인한 문제점을 이야기했었다. 결국은 일자리 때문이다. 학생들과 진로상담을 하며 미래를 그려보면 남원에서는 원하는 직업을 얻을 기회가 없거나 많이 부족하다는 사실을 깨닫곤 했다. 남원에 정착해서 사는 나도 결국은 이곳에서 안정적 직업이 있어 살아갈 수 있다.

 중소도시를 고민하는 대부분 사람들도 일자리가 중요하다는 사실을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런데 일자리 만들기가 쉬우면 지방 도시 살생부라는 무서운 제목의 책이 나올 이유도 없다. 전국 곳곳에서기업을 유치하겠다고 만든 산업단지는 텅텅 빈 곳이 대부분이다. 순창의 역설이라고 평한 사례처럼 기업을 유치해 높은 수익을 얻을지라도 기계화, 자동화로 인해 실제 고용 효과는 미비한 경우도 여럿 있다. 이러한 경향은 인공지능과 로봇으로 대표되는 4차산업혁명 시기에 더욱 가속화될 것이다. 함평나비축제처럼 널리 알려진 성공한 축제도 해당 기간에만 사람들이 북적일 뿐 근본적인 일자리 문제에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일자리 부족으로 인구가 감소하면 재정지출의 비효율성이 높아진다. 예를 들자면 시골의 중학교에선 전체학생 30명을 대상으로 교과 담당 교사 8명 정도가 근무한다. 이 부분에서 저자는 중소도시를 돈 먹는 하마에 비유하며 과감하게 도려내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중소도시는 투입하는 자본 대비 이익을 얻는 인구가 소수이기 때문에 효율적이지 않다. 시골에 살면 자연 친화적으로 적게 쓰고 적게 소비하며 살아간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시골에 사는 인구를 위해 더 많은 돈이 투입된다고 강하게 비판한다.

 중소도시의 지속가능성을 위해서 글쓴이는 세 가지 전략을 제시한다. 첫째, 현실을 직시하고 축소를 인정해야 한다. 수도권의 높은 기회는 인구와 산업의 집적 덕분이다. 비수도권의 모든 도시들에 수도권과 유사한 기회를 제공하는 균등발전은 불가능하다. 둘째, 흩어지면 죽는다. 이 책의 부제가 압축도시만이 살길이다이다. 그래서 이 부분에 글쓴이의 핵심 주장이 담겨있었다. 중소도시의 인구 감소는 현실이다. 그런데 성장 연합이라 불리는 중소도시의 토호들과 지역 정치인들의 결합으로 원도심에서 벗어난 외곽의 아파트 개발이 진행되고 있다. 도시지리학에서 공가 연쇄(또는 주거 여과) 개념을 적용할 수 있다. 외곽지역에 신규 주택 공급이 일어나면 고소득층이 바깥으로 빠져나가며 신규 주택을 점유한다. 가격이 낮아진 기존 주택에는 보다 낮은 소득계층이 진입하면서 도시가 팽창한다. 이민자의 유입이 활발하고 출산율도 높았던 당시의 미국은 공가 연쇄 개념으로 도시의 성장을 이해하기에 적합했다. 물론 그때도 마지막 단계의 주택은 헐리고 재개발이 된다고 생각했다. 한국의 중소도시는 연쇄가 일어나지 않고 공가만 남는다. 원도심의 공동화이다. 이 원도심에 아무리 도시 재생을 위해 예산을 쏟아부어도 일자리가 개선되지 않는 한 도시의 재생은 없다. 재정투입의 비효율성이 높아질 것이다. 중소도시에서는 원도심만 문제가 되는 게 아니다. 면 단위 작은 마을엔 지금도 빈집이 여럿이다. 대부분 주민이 노인인 마을에서는 사망자가 발생하면 동시에 빈 집이 하나 늘어난다. 소규모에 지속해서 인구가 감소하는 마을에도 수도, 도로 등 생활을 위한 기초 시설이 필요하다. 도시와 비교했을 때 엄청난 비효율이 발생한다. 그 때문에 저자는 더 외곽에 사는 주민들을 설득해 도심으로 이주를 유도할 것을 제안한다. 셋째, 조그만 도시에 맞는 일자리 육성이 필요하다. 3 이탈리아로 알려진 볼로냐의 사례를 들며 지역의 독특한 문화, 가치관, 규범 아래 산학연이 연계된 특성화 전략으로 지역혁신을 이뤄내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이를 위한 방법으로 마을기업 육성을 제시하며 동시에 대규모 체인점을 규제해 자본의 빨대 효과를 방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위의 세 가지 전략이 실현될 구체적인 방법으로 입지적정화계획을 제시한다. 압축도시를 입지 적정화 계획구역, 시가화 구역, 거주유도 구역, 도시기능 유도 구역으로 나눈 뒤 앞으로의 모든 투자는 이곳에서만 이뤄져야 한다. 도시 외곽에 거주하는 인구를 이곳으로 이주하게 유도하고 신규 주택 공급은 거주유도구역 내에서 임대주택 위주로 이뤄져야 한다. 객관적 데이터를 중심으로 설명을 하고 있기에 읽다 보면 다 맞는 말만 하는 거 같았다. 글쓴이는 압축도시 전략을 핵심으로 설명하고 있지만, 바탕에 깔린 생각은 중소도시로 투입되는 자원의 비효율성을 극복 하자인 것 같다. 그렇다면 효율적이고 비효율적이고의 기준은 어느 선이 되어야 할까? 1인당 투자 금액이 어느 정도 이상이 되면 비효율이라 판단하고 정든 마을을 떠나고 입지 적정화 계획구역의 임대주택으로 이사를 하라고 권유해야 할지 고민이다. 과연 당사자들을 설득할 수 있을지 나는 모르겠다. 대부분 사람이 수도권에 새로 생기는 고속도로, 지하철, 도서관 등에 대해서는 불만을 제기하지 않는다. 오히려 내가 사는 곳으로 해당 시설을 놓아 달라고 아우성이다. 세금으로 만들어진 시설 덕분에 그곳에 사는 사람들은 가만히 앉아서 자산 가치가 오르는 현상까지 경험한다. 중소도시와 비교했을 때 이미 충분히 풍요로운 수도권에 대한 투자는 효율성의 논리를 들이대지 않고 형평성에 입각한 중소도시로의 투자를 낭비로 생각하는 글쓴이의 생각에는 동의하기 힘들었다



댓글

  1. 구로소호사무실은 효율적으로 비상주사무실과 상주사무실을 사용할 수 있도록 마련되어 있습니다. 1인실부터 6인실까지 저렴한 비용으로 사업자등록주소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최고의 오피스쉐어 공간과 최고의 시스템을 지원해 부담없이 사업을 시작해 나갈 수 있도록 새로운 역사를 열어드리겠습니다.

    비즈니스센터

    답글삭제

댓글 쓰기

이 블로그의 인기 게시물

강원 답사보고서_ 5. 라파즈 한라 옥계광산의 생태계 복원 노력

구룡마을 답사기

강원 답사보고서_ 6. 안반데기의 고랭지농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