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 답사보고서_ 6. 안반데기의 고랭지농업

 
그림 15 배추농사가 한창인 안반데기

 안반데기는 고위평탄면에서 행해지는 고랭지농업의 사례지역으로 널리 알려진 곳이다. 해발고도 1100미터 즈음 되는 곳에 경사가 비교적 완만한 구릉이 넓게 펼쳐져있다. 이곳에선 배추농사가 주로 이뤄지며 듬성듬성 풍력발전기가 힘차게 돌아가고 있다. 안반데기에서 안반은 떡메를 칠 때 받치는 나무판을 가리키는 단어다. 산지이지만 비교적 평탄한 이곳 지형을 나타낸 단어인 듯 하다. 데기는 언덕에서 을 표현하는 강릉 사투리이다. 떡메를 치는 나무판처럼 평평한 언덕이 이 지역 사람들이 인식한 안반데기이다. 이곳은 1960년대까진 가끔씩 들르는 화전민만 거쳐 지나가는 인적 드문 곳이었다. 1960년대 들어 화전민 정리사업이 실시되면서 농민들의 정착지로 개발되어 인구가 유입되기 시작했다. 초기에는 씨감자와 약초를 주로 생산했다고 한다. 씨감자는 인건비를 감당할 수 없었고 약초는 중국산에 밀려 생산을 중단했다. 현재는 배추농사가 한창이. 배추는 서늘한 기후에서 잘 자라나는데 1100터 고지의 안반데기는 배추가 자라나기에 적합하다(김윤미·최순호, 2016).

 안반데기는 고위평탄면의 사례지역으로 자주 소개된다. 고위평탄면은 지각이 융기하기 이전의 평탄면이 나타나는 지역이다. 데이비스의 지영윤회사고에 기초한 고위평탄면의 형성과정을 간단히 언급하면 다음과 같다. 판구조론에 따르면 한반도는 과거 지금보다 저위도에 있었다. 당시 기후는 고온다습했고 풍화, 침식, 메스무브먼트라는 지형의 고도를 낮추는 삭박작용이 활발했다. 이 결과 한반도 대부분은 평탄화 되었다. 한반도가 지금의 자리에 위치하고 동해가 열리기 시작하면서 받은 압력으로 경동성 요곡운동이 일어났다. 경동성요곡운동이 결과 융기축이 동쪽에 치우친 태백산맥이 형성되었다. 고위평탄면은 과거에 평탄했던 지형을 반영한다. 따라서 고위평탄면은 감입곡류하천, 하안단구, 해안단구 등과 함께 한반동서 융기의 증거로 제시된다.

 박수진(2009)은 데이비스의 지형윤회에 기초한 고위평탄면 개념에 의문을 제기한다. 융기 이전에 평탄면이 형성되기 위해서는 광범위한 삭박작용의 결과 여러 가지 암석을 가로지르는 평탄면이 존재해야 한다. 즉 안반데기를 구성하는 암석의 종류가 다양해야지 과거의 기후환경에서 풍화를 받은 지형이라는 설명이 가능하다. 그런데 한반도에서 고위평탄면이라 일컬어지는 지형을 연구하였더니 대부분 동일한 암석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이에 박수진은 고위평탄면을 형태를 나타내는 보다 일반적인 용어인 고원으로 대치해서 부를 것을 주장한다. 그에따르면 한반도에는 고위평탄면이 아니라 용암고원, 화강암고원, 비화강암 고원이 존재할뿐이다. 나아가 고위평탄면에 대한 시각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지형발달 모델은 진화론에 기초한 발달사적 지형모델, 투입과 산출을 강조하는 동적평형이론, 복잡계이론을 받아들인 동적불균형 설로 논의가 확장되어 왔다. 발달사적 모델은 데이비스의 침식윤회설이 대표적이다. 지형도 생물체처럼 일정한 단계를 따라 진화해왔다고 가정한다. 이러한 이론에 따르면 대부분의 지형은 발달단계의 어느 시점에 있을 뿐이고 시간이 지나면 결국 평탄한 모습으로 진화한다. 동적펴형이론은 투입과 산출 조건이 같다면 지형의 모습이 변화지 않고 유지된다고 생각한다. 지형이 변환다면 무언가 조건이 변했기 때문이다. 동적불균형설은 초기조건과 지형발달의 비선형을 강조한다. 이 이론은 원인과 결과 사고를 부정하고 지형발달의 다양성을 강조한다. 대관령을 사례로 들어보면 고원을 흐르는 하천이 융기축과 평행하게 발달하고 하천 하류부가 침식에 강했기에 지금과 같은 고원이 형성되었다. 같은 화강암 지형이라도 인근 지역에서는 기반암이 노출된고 경사가 급한 화강암 산지가 나타난다. 대관령 일대와 하천이라는 우연적 요인이 달랐기 때문이다.
그림 16 교과서에 자주 소개되는 동해확장과 태백산맥의 융기 모식도

 정말로 평탄면인지에 대해서는 연구가 더 필요해 보인다. 하지만 고위평탄면으로 일컬어지는 지역에서 융기가 일어난 것은 사실이다. 한반도의 지형은 태백산맥과 소백산맥을 따라 고도차이가 확실히 나타난다. 신재열황상일(2014)에 따르면 아직까지 지리학계에서는 경동성요곡융기의 원인에 대해서 명쾌한 설명을 하고 있지 못하고 있다. 그림 16과 같이 동해확장을 원인으로 경동성요곡융기와 태백산맥의 형성을 설명하지만 지형학, 지질학의 어떤 연구물에도 동해의 확장이 태백산맥 융기의 직접적인 원인이라는 설득력있는 결과물은 없다.

그림 17 신재열황상일이 제시한 태백산맥 융기 원인의 모식도


  신재열과 황상일은 경동성요곡융기를 습곡작용을 수반하지 않는 조륙운동으로 규정하며 한반도 아래에 멘틀의 용승부가 있을 가능성을 제시했다. 실제로 용승부가 맞다면 한반도의 융기 동해의 확장 일본열도의 분리 등이 어느 정도 설명 가능하다. 그런데 최근 나온 기사에 따르면 이 또한 수정이 필요할 가능성이 크다. 동해를 따라서 해양판인 동해가 섭입한다는 증거가 여럿 발견되었기 때문이다. 신문기사라 아직 신뢰도는 낮지만 국제학술지 Geology에 게재될 예정이라고 하니 믿고 소개해본다. 울릉분지의 해양판이 한반도 아래로 섭입하면서 생긴 압력으로 한반도 동부에서 융기가 발생했다. 이러한 과정이 사실이라면 경동성요곡운동이라고 막연하게 알고 있었던 개념이 조금은 명확해질 것이다. 앞으로 더 많은 후속연구가 진행되어 태백산맥의 형성과정이 밝혀지길 기대한다.
그림 18 김기범 경상대 교수와 소병달 강원대 교수가 밝혀낸 동해 지각의 움직임



<참고>
김윤미·최순호, 2016, 강릉 안반데기 - 구름 위의 땅, 그리운 사람의 동네, 월간 샘터, 560, 72-75
박수진, 2009, 한반도에 고위평탄면이 존재하는가, 한국지형학회지, 16(2), 91-110
신재열·황상일, 2014, '신생대 제3기 경동성 요곡운동'의 개념, 시기, 시작에 관한 비판적 고찰 - 판구조운동 기원의 새로운 가설, 대한지리학회지, 49(2), 200-220
과학동아신문기사(http://dongascience.donga.com/news.php?idx=227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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