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룡마을 답사기

2011년에 4학년 졸업답사로 서울을 다녀왔었다. 당시 과대표를 맡고 있어 답사 코스를 직접 계획하고 주제를 선정했다. 인솔 교수님이 경제지리 전공이시라 넓게 인문지리 베이스로 답사를 그렸다. 도시지리 개론서를 읽으며 서울의 구룡마을이 이중도시(dual city)의 사례지역이지 않을까 생각했다.
포스트모던도시의 다양화와 분절화는 도시 내 사회적 분화의 증가와 공식경제의 역동적 메커니즘과 분리된 도시 ‘하위계층(underclass)의 등장에 기반하고 있다. …중략… 이러한 사회적 양극화는 도시의 공간구조에도 영향을 주는데, 도심 인근의 내부지역과 도시 외곽의 공공주택 밀집지역 등에 도시하위계층이 밀집된 공간이 출연하고 이 지역은 다른 도시 공간과 차별화된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카스텔(Castells)은 이러한 도시를 ’이중도시‘(dual city)라고 개념화하고 있다. …중략… 전반적으로 포스트모던도시에서 유연적 전문성을 갖춘 새로운 상위계층들은 도시내부의 재활성화를 위해 ’담으로 둘러싸인‘ 주거단지에 거주하면서 사치성 소비를 향유하는 반면, 하위계층은 사회공간적으로 분리, 축출, 제거되어 풍요로운 도시의 가시적 경관으로부터 사라지는 경향을 보인다(김인 외,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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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3월의 구룡마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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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7월의 구룡마을 |
2011년에 처음 방문했을 때도 내년이라도 마을이 철거될 것 같은 기사들을 찾을 수 있었다. 2018년 7월, 이곳 근처에서 일정이 있어 시간을 내어 다시 방문했다. 기사로 먼저 확인하니 구룡마을에 대한 복잡한 이야기는 아직도 지속되고 있었다. 구룡마을에서 일어나는 갈등은 복잡했다. 단순하게 마을주민과 재개발을 하려는 지자체의 갈등이 아니었다. 지역주민은 민영개발이냐 공영개발이냐를 놓고 두 개의 단체가 대립하고 있다. 구룡마을자치회는 정부 주도의 공영개발을 찬성하고 있다. 구룡마을주민자치회는 민영개발을 찬성하고 있다. 재개발 초기 토지주 중심의 민영개발사는 구룡마을 주민들에게 아파트 입주권 1260개를 제시하고 더 이상의 유입이 없게 관리해줄 것을 요구했다. 구룡마을주민자치회는 민영개발사의 제안을 받아들여 망루를 설치하고 마을주민을 통제하기 시작했다. 민영개발 찬반을 놓고 갈등이 점차 심해졌다. 그러던 중 ’구룡마을 물딱지 매매사건‘이 언론을 통해 알려지면서 두 단체의 갈등은 절정에 이르렀다. 구룡마을주민자치회는 구룡마을자치회를 향해 딱지(재개발 시 토착민에게 우선 부여하는 입주권) 장사를 한다고 주장했고, 마을자치회는 주민자치회가 민간건설업자와 결탁해 구룡마을을 강제 철거하려 한다고 주장했다. 다음으로 지방자치단체는 도시재개발 방식을 두고 서울시와 강남구가 대립하고 있다. 서울시는 효율성에 근거해 일부환지 방식을 주장하고 있다. 구룡마을 전체 토지를 지자체가 매입하는 것은 경제적 부담도 크고 토지주의 반발도 해결하기 힘드니 전체 토지의 82%는 서울시가 SH공사를 통해 매입하고, 나머지 18%를 토지주에게 환지해 민영개발을 맡긴다는 계획이다. 이에 대해 강남구는 토지주에게 약 4000억원이라는 개발이익이 돌아가기 떄문에 개발 이익 환수를 이해 지자체에서 100%토지를 수용할 것을 주장하고 있다. 서울시와 강남구의 대립은 정치적 이해관계 때문이라는 시각도 있다. 강남구청장과 서울시장의 정당이 서로 다른 채 오랜 시간이 지났기 때문이다. 구룡마을 재개발에 대한 본질적인 접근 보다는 정당 간 자존심을 건 다툼이 지속되고 있다는 시각이다(김영단·임성은·강현철, 2014).
마을 입구에는 현수막 정치가 한창이다. 현수막을 내건 주체가 명확하게 나타났으면 좋았을걸 아쉬움이 든다. 구룡마을주민자치회일까? 아니면 구룡마을자치회일까? 일단 두 단체 모두 재개발에는 반대를 해야 협상에 유리하니, 구룡마을주거대책위원회는 두 자치조직의 공통분모일지도 모르겠다.
기억엔 이곳 너머에도 허름한 가옥들이 즐비했었다. 지금은 많이 헐리고 고물상만 자리하고 있었다. 답사 후에 지도를 확인하니 3지구, 7지구, 8지구는 대부분 헐려 사라진 것 같다. 여기 살던 사람들은 다 어디로 떠났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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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물쇠로 잠겨진 소멸가구 입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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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주가구 표시 팻말 |
마을 깊숙이 들어가니 집 문마다 적혀있는 ’거주가구‘, ’소멸가구‘ 팻말이 인상적으로 다가왔다. 새로운 주민의 유입을 막기 위해 빈집이 생기면 폐쇄작업을 시행하고 있었다. 실제로 답사 중에 말끔하게 차려입은 공공기관 직원으로 보이는 사람을 마주쳤다. 카메라를 들고 다니는 우리 일행을 보더니 어디서 왔냐고 물어봐서 적당히 대답하고 넘어갔다.
구룡마을과 타워팰리스라는 양극화된 경관이 나타난다. 타워팰리스 우측으로는 레미안 아파트도 올라가고 있었다.
구룡마을은 1988년 올림픽을 전후해 철거민들이 모여들며 만들어진 마을이다. 당시 정부는 도시주택과밀 문제와 도시미관 개선을 위해서 무허가 정착지를 철거했다. 쫓기듯 도시 외곽으로 밀려난 철거민들은 자기가 정착한 이곳이 수십년 뒤 강남 한 복판의 금싸라기 땅이 될줄 짐작이나 했을까. 구룡마을 재개발 문제는 어떻게 흘러갈까? 지금은 서울시와 강남구 모두 같은 정당 소속이다. 무허가정착민들의 권리를 어느 정도까지 인정하고 보상해줘야 할지도 어려운 문제 같았다. 현재 주민들은 영구임대주택이 아닌 자가소유 주택 보상을 요구하고 있다.
<참고>
김인·박수진 외, 2006, 도시해석, 푸른길
김영단·임성은·강현철, 2014, 구룡마을 개발방식을 둘러싼 정부 간 갈등의 이해관계 탐색, 공간과 사회, 48, 220-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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