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 답사보고서_ 3. 평창동계올림픽
우여곡절 끝에 평창동계올림픽이 개최되었다. 최순실 일가와 재벌, 몇몇 부유층들의 재산 축적의 장으로 활용될뻔했던 평창동계올림픽이 남북평화라는 이슈 아래 여러 가지 잡음이 무마되며 무난하게 마무리되었다. 평창 동계올림픽은 2011년에 3번의 도전 끝에 결정되었다. 앞에 언급한 몇몇 집단의 이익창출을 목적으로 평창동계올림픽 개최를 설명하기엔 더 많은 설명이 필요하다. 실제로 평창동계올림픽은 강원도의 숙원사업이었다. 강원도는 무엇 때문에 평창동계올림픽을 그토록 원했을까?
강준만(2008)은 지방자치제도에서 그 답을 찾는다. 수도권을 제외한 대부분의 지자체는 낙후되어 있고 때문에 재정 상황이 열악하다. 해당 지역에서 거둬지는 세금만으로 지역 개발정책을 실시 하기엔 부담이 크다. 그렇다고 지역개발을 등한시하면 지역 유권자들의 선택을 받지 못한다. 자신이 위치한 지역에서 지속적인 정치 권력을 누리기 위해서는 재원은 부족하지만 지역개발정책을 실시해야하는 딜레마를 해결해야 한다. 이때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 올림픽, 엑스포와 같은 메가이벤트의 유치다. 국가의 위상을 드높이는 기회라는 표어 아래 중앙정부의 재원을 지방으로 효과적으로 끌어들일 수 있기 때문이다. 박보현(2010)은 그람시(Gramci)의 헤개모니 개념과 이를 발전시킨 제솝(Jessop)의 헤게모니 프로젝트 개념을 빌려 강원도의 평창동계올림픽 유치 노력을 설명한다. 평창동계올림픽 유치는 ‘민중-민족 프로젝트’의 하나였다. 강원도의 토착 정치세력은 도민들의 피해의식을 자극했다. 강원도민들이 공유하는 피해의식은 세 가지 정도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 강원도는 적은 유권자 수로 인해 지속적으로 정치적 의사결정에서 소외되어왔다. 둘째, 강원도의 천혜의 자연환경은 오히려 산업발달이 저해 요인으로 작용했다. 특히 수도권에 생활용수를 공급하는 상수원 보호구역으로 도내 여러 지역이 묶이면서 강원도는 산업시설이 입지하기에 부적합한 지역이 되었다. 셋째, 북한과 접경지역이기 때문에 개발을 시도조차 할 수 없는 지역이 다수 있었다. 이로 인한 피해의식은 두 차례의 국가적 의사결정에서 강원도민을 자극했다. 2002년 한일월드컵 개최도시에서 강원도 내 도시는 한 곳도 선정되지 못했다. 전국이 축제 분위기로 뒤덮여 있을 때 강원도 내부에서는 차별당했다는 생각이 솟아나고 있었다. 다음으로 전북 무주와의 동계올림픽 유치 과정에서 갈등은 이번만은 빼앗길 수 없다는 간절함이 있었다. 이러한 배경 때문에 강원도를 고향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평창동계올림픽 유치는 애향심을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지역 정치세력과 도내 경제 주체들은 동계올림픽을 활용해 강원도 경제발전에 초석이 되는 SOC확충을 실질적 목표로 세웠다. 이러한 전략은 강원도에서 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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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 1 평창 동계올림픽 개최에 따른 강원도 종합발전 전략 핵심 내용 |
한 ‘2018 평창동계올림픽 개최에 따른 강원도 종합 발전 전략’에 잘 나타난다. 표1은 이를 요약한 것이다. 종합발전 전략 내용을 살펴보면 SOC를 획기적으로 개선해 지역 간 물적, 인적 교류의 활성화하고자 하는 강원도의 목표가 명시적으로 드러난다. 2018년 동계올림픽 유치 과정에서 강원도는 주인공의 자리를 중앙정부에 양보한다. 평창동계올림픽이기에 강원도가 주인공이 되어야 하지만 대외적으로 평창동계올림픽 개최를 국가의 미래가 달린 중요한 스포츠 행사로 내세우며 중앙정부의 참여를 자연스럽게 유도했다. 이 전략이 먹혀들며 평창동계올림픽 개최는 강원도의 애향심이 달린 문제가 아니라 대한민국의 발전이 달린 애국심의 문제가 되었다. 이 과정에서 강원도의 양보는 필수적이었다. 당시 문화체육관광부의 ‘정선 생태체험 특구’, 전경련의 ‘평창 동계올림픽을 활용한 강원도 산지 관광 활성화 방안’ 등을 살펴보면 이미 강원도와의 암묵적 거래 아래 자연환경을 무분별하게 훼손할 계획을 중앙정부, 경제단체 등이 계획하고 있었다.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고 이러한 경제 이권 야욕은 어느 정도 무마 되었지만 민족-민중 프로젝트라는 헤게모니는 여전히 작동했다. 평창동계올림픽이 국가적 행사로 치러지기 위해서는 먼저 전체 국가 구성원의 물질적 양보를 얻어야 한다. 쉽게 표현하면 내 세금이 왜 강원도로 향하는 KTX, 고속도로, 지방도, 경기장 등에 쓰여야 하는가에 의구심을 품는 국민들을 설득해야할 필요가 있었다. 정부는 이러한 의구심을 남북화해 분위기라는 상징적 보상을 통해 효과적으로 해결했다. 통일에 대한 기대 앞에서 세금 몇 푼은 중요한 게 아니었다. 그리고 통일을 위한 초석을 다지는 평창동계올림픽에 대한 반대는 국익에 반하는 행위가 되기에 충분했다. 실제로 글쓴이가 평창동계올림픽 당시에 몇몇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접한 분위기는 파시즘을 연상케 했다. 남북아이스하키 단일팀을 구성하는 과정에서 잡음이 있었다. 분명 이것은 기회의 평등, 과정의 공정, 결과의 정의를 내세웠던 문재인 정부의 정책 기조에 반하는 결정이었다. 문재인 대통령 또한 국민의 이해를 바라는 의사를 직간접적으로 내비쳤다. 하지만 민족-민중 프로젝트로 시행되고 있는 평창동계올림픽에 대한 비판적인 입장은 반국가적인 것으로 매도되었다. 어찌 되었건 평창동계올림픽은 성공적으로 개최되었다. 지방정치세력은 3선에 성공했다. 강원도는 KTX를 포함에 각종 사회간접자본 인프라를 확충했다. 국가적으로도 남북단일팀을 발판으로 평화 분위기가 형성되어 남북정상회담, 북미정상회담을 거쳐 종전선언을 앞두고 있다. 박보현(2013)은 평창동계올림픽 개최가 확정된 후 이전 글의 후속작을 발표했다. 2010년에 썼던 기존의 글은 평창동계올림픽을 회의적인 시각에서 SOC확충을 위한 위선적인 전략이라고 비판하는 색이 짙었다. 2013년 글에는 달라진 시각이 나타난다. 박보현은 평창동계올림픽 유치를 한국사회의 딜레마라고 표현한다. 한국에서 대부분의 지방자치단체는 자생력이 없다. 이것은 현실이다. 그렇다고 지역개발 없이 이 상태로 소멸되는 것을 받아들이라고 하는 것은 너무나 가혹하다. 어떻게든 살아남기 위해 지역개발을 하고자 하는 노력을 무조건 비판적으로 바라볼 수는 없다. 그런데 자생력이 없기에 중앙정부의 재원을 활용하는 게 어쩌면 최선이다. 재원을 끌어당기기 위해서는 무언가 당위성이 필요한데, 올림픽, 엑스포와 같은 메가이벤트 유치는 너무나 효과적이다. 메가이벤트는 지역이 아니라 국가적 스케일에서 작동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사회의 딜레마라고 표현한 이유는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메가이벤트 유치 없이도 지역균형발전이라는 취지에서 재원이 효과적이며 동시에 균등하게 분배되는 풍토가 정착되길 기대한다.
끝으로 이와 관련된 나의 일화를 소개하고자 한다. 여수로 직원여행을 떠났다. 여수 엑스포가 끝난 직후였다. 남겨진 시설들이 어떻게 활용될지 궁금했다. 직장 상사와 함께한 자리에서 엑스포에 대한 비판적인 생각을 내비쳤다. 직장 상사는 “엑스포라도 했으니 KTX가 여수까지 연결되고 완주-순천 고속도로가 무사히 완공될 수 있었던거야. 너무 단편적으로 생각하지 말아.”라고 충고했다. 그동안 수도권에서 살아왔기에 당연했다고 생각했던 것들이 수도권이 아닌 지역에선 당연한 게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참고>
강준만, 2008, 지방은 식민지다, 개마고원
박보현, 2010, 한국 지방정부의 헤게모니 프로젝트 - 강원도의 2010~2014년 동계올림픽 유치 도전을 중심으로, 한국스포츠사회학회지, 23(3), 81-98
박보현, 2013, 한국 지방정부의 헤게모니 프로젝트 2 - 강원도의 축적전략과 2018 평창동계올림픽, 한국스포츠사회학회지, 26(2), 85-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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