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 답사보고서_ 2. 카르스트 건천 '창리천'

그림 7 창리천에 나타나는 과거 유수의 흔적인 하식애와 보

 백룡동굴을 나와 정선 시내로 향하던 중 말라버린 하천을 발견했다. 지도 애플리케이션에는 하늘색 실선으로 표시되어 있었다. 처음에는 가물어서 말라버린 작은 하천이 아닐까 생각했다. 하천바닥에 자라난 식생들은 이곳에 물이 흐르지 않은 기간이 꽤 길었음을 보여주는 듯 했다. 그런데 그림 7에 가운데 
부분에 선명하게 보이는 하식애, 가운데 아래 부분에 인간이 만들어 놓은 보를 보면 비교적 최근까지도 물이 꽤 많이 흘렀으리라 생각이 들었다. 하식애는 창리천의 이 지역이 꽤 오랜시간 침식력을 가진 유수가 있었음을 나타낸다. 보는 흐르는 물을 가둬놓아 농업용수, 식수 등으로 사용하기 위한 인공구조물이다. 아마도 좌측의 민가에서 하천수를 사용하기위해 만든 것 같다. 보를 통해 비교적 최근까지도 인간이 이용 가능한 수준의 물이 이곳에 흘렀음을 추측할 수 있다. 그런데 지금은 물이 흐르지 않는다. 식생을 통해 보아도 이곳은 물이 흐른지 시간이 꽤 되었다.

  강영복(1998)은 평창군 미탄면의 고마루 일대를 답사하고 이곳에서 나타나는 카르스트지형을 보고했다. 고마루 지역은 90여개의 돌리네 및 우발라가 나타나는 전형적인 카르스트 지역이다. 이곳을 흐르는 창리천에는 평상시에 물이 거의 흐르지 않는 건천 구역이 중간중간 나타난다. 창리천 뿐만 아니라 고마루 일대의 동강 지류천들은 대부분 건천이 유로 상에 존재한다. 이들 하천의 물은 배수구인 포노르에서 사라진다. 다음 답사 일정이 있어 사진만 찍고 이동했다. 시간이 조금 더 있었더라면 창리천의 배수구를 찾아서 유로를 따라 답사를 해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그림 8 광덕리 마을의 배수 시스템

 탁한명손일(2014)은 정선군의 광덕리의 수령마을에서 포노르를 강수 시 배수구로 활용하는 마을을 소개했다. 수령마을은 우발라에 위치한 마을로 아랫마을과 윗마을로 다시 나뉜다. 아랫마을과 윗마을은 곡중분수계를 경계로 위치한다. 아랫마을은 하천이 우발라 밖으로 흘러 자연배수가 가능하지만 윗마을은 우발라 밖으로 나가는 하천이 존재하지 않아 강수시면 홍수가 종종 일어났다. 그런데 윗마을의 돌리네에는 쇠구멍이라 불리는 낙수구(포노르)가 있다. 마을 주민들은 이곳으로 배수로를 설치하고 쇠구멍이 막히지 않게 인공구조물을 만들었다. 윗마을 주민들은 쇠구멍과 배수로를 지속적으로 관리 하며 홍수를 예방하고 있다고 한다. 이처럼 카르스트 지형에서 포노르는 지표수를 끌어들여 지하수로 바꾸는 기능을 한다.
 
 
<참고>
강영복, 1998, 동강 유역의 카르스트 지형, 한국지형학회지, 5(2), 131-142
탁한명·손일, 2014, 카르스트 우발라에 발달한 수리시설에 관한 연구 - 강원도 정선군 남면 광덕리를 사례로, 대한지리학회지, 49(5), 639-655

댓글

이 블로그의 인기 게시물

강원 답사보고서_ 5. 라파즈 한라 옥계광산의 생태계 복원 노력

구룡마을 답사기

강원 답사보고서_ 6. 안반데기의 고랭지농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