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안반도 답사보고서 _ 태안화력발전소
미세먼지 덕분에 봄이 반갑지 않다. 미세먼지의 원인은 상당부분 중국이 제공한다. 미세먼지가 심한 날 인터넷 게시판이 중국에 대한 불만으로 잔뜩 도배되어 있길래, 그렇기도 한데 실은 한국도 일정 부분 지분을 가지고 있다고 주장했다가 많은 사람의 비난성 댓글을 받은 경험이 있다. 중국이 많은 원인제공을 하는 것은 사실이다. 그런데 중국에게 미세먼지 때문에 피해가 크니 공장 가동을 중단하고 저감장치를 달아달라고 요구하기에는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많은 것도 사실이다. 일단 우리가 할 수 있는 일부터 해보자는 게 내 생각의 핵심이었다. 화력발전소를 줄이고, 경유차도 줄이자. 에너지원 동력원으로 사용되는 미세먼지 유발 요소들을 저감하는 것이 현실적인 방안이지 않을까 지금도 생각한다. 다행히 정권이 바뀌고 화력발전을 줄이는 방향으로 정책이 바뀌고 있다. 화력발전소에 대한 규제를 풀고 수많은 발전소 건립을 허가해준 옛 정권이 원망스럽다. 천성남(2016)에 따르면 미세먼지의 전국오염원별 총량을 분석하니 발전소가 전체 배출량의 17%를 차지했다. 결코, 작은 수치가 아니었다.
이곳은 신두리해안사구로 향하는 길에 거대한 굴둑과 솟아오르는 연기를 보고 즉흥적으로 결정한 답사지역이다. 자료를 찾아보니 태안화력발전소의 규모는 상당했다. 태안화력발전소는 한국서부발전(주)의 전체 발전량의 약 45%를 차지한다. 전국 화력발전 설비용량으로 따지면 전체의 5.4%를 차지한다. 이곳에서 생산된 전기는 주로 수도권 주민들에게 공급된다고 한다. 바람의 영향으로 미세먼지 피해는 충청권 사람들이 주로 보지만 전기생산으로 인한 이득은 수도권 사람이 얻는 공간적 불일치가 일어난다. 언젠가 수업시간에 원자력발전의 입지를 가르친 경험이 있다. 교과서에선 원자력발전의 입지조건으로 안정된 지반, 풍부한 용수공급을 든다. 그런데 전기는 송전 거리가 멀어질수록 손실이 점차 많이 일어난다. 효율성을 따진다면 소비지 가까이에 발전소를 입지하는 게 좋다. 수도권은 인구와 산업이 밀집된 최대의 전기소비지이다. 그런데 원자력발전소가 입지한 위치를 살펴보면 하나같이 서울에서 멀리 떨어져 있다. 그래서 어쩌면 원자력발전소 입지의 가장 큰 요인은 ‘서울에서 멀리 떨어질 것’일수도 있다고 이야기를 했다. 왜냐면 그런 국가적 의사결정을 하는 사람들의 대부분이 서울에 거주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보충설명을 했다. “혹시라도 시험에 나온다면 방금 한 이야기는 잊어주세요. 그냥 마음속에 간직하시고 다음 내용으로 넘어가겠습니다.” 화력발전도 마찬가지다. 그래도 원자력보다는 덜 위험하니 수도권 가까운 충남에 몰려있는 게 아닐까 그런 생각을 했다.
참고
박현설, 2017, 화력발전소 미세먼지 배출현황 및 저감기술, 한국에너지기후변화학회 학술대회, 192-209
천성남, 2016, 화력발전분야 미세먼지 저감 연구개발 현황, 전기저널, 475, 43-47
최병학, 2013, 충청남도 화력발전소 주변지역 갈등관리에 관한 연구, 한국거버넌스학회보, 20(3), 361-3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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