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들의 놀이공간, 유튜브로 들어간 수업




학생들의 놀이공간, 유튜브로 들어간 수업
영상세대 학습자와 유튜브로 수업하기



1. 들어가며

 요즘 플립러닝을 하며 영상을 활용한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학교에서 아이들의 스마트폰 사용을 어깨너머로 관찰하니 유튜브는 요즘 아이들이 가장 선호하는 놀이터라는 생각이 들었다. 학생들은 유튜브에서 좋아하는 아이돌 동영상에, 친구들이 올린 브이로그에, 관심 있는 취미 분야를 찾아보며 그리고 내 덕분에 공부까지 하고 있다. 즐거움이 가득한 유튜브 속으로 지리 수업이 스며들기를 기대해본다.

2. 나는 어쩌다가 유튜버가 되었나


 2019학년도에 새로운 곳으로 학교를 옮기게 되었습니다. 새 학교에서 주당 1시간씩 6개 반에서 통합사회를 가르치게 되었습니다. 고작 한 시간으로 무엇을 할 수 있을지 고민이 되었습니다. 2015 개정교육과정에서 특히 통합사회는 학습자 중심의 활동형 수업을 강조합니다. 학생들의 활동이 의미가 있으려면 활동의 재료가 되는 지식이 있어야 합니다. 그런데 주당 1시간으로는 지식과 활동이 상호작용하는 수업을 구성하기가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래서 찾은 방법이 플립러닝입니다. 전통적인 강의식 수업에서는 교실에서 교사의 지식 전달이 일어난 후 과제를 통해 개별적인 공간에서 학습 활동이 진행됩니다. 플립러닝 형태의 수업에서는 지식 전달은 개별적인 공간에서 온라인 동영상으로 이뤄지고, 실제 교실 공간에서는 교사의 모델링, 스캐폴딩, 코칭이 가미된 학습 활동이 이뤄집니다. 교과서에서만 존재하는줄 알았던 구성주의 교수학습을 플립러닝을 통해 어느정도는 구현할 수 있겠다 생각했습니다.

 플립러닝에 필요한 영상을 제작하기 위해 이런저런 방법을 찾아보다가 동영상 공유 플랫폼으로 유튜브를 다시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영상세대라 불리는 학습자들의 등장을 알리는 신문기사를 몇 접했습니다. 영상은 10대에게 소통 수단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요즘 아이들은 검색도 구글이나 네이버가 아니라 유튜브에서 한다고 합니다. 영상으로 취미생활을 배우고 영상으로 친구들과 소통하며 영상으로 나를 표현하는 영상세대가 우리가 함께하는 교실을 가득 채우고 있습니다. 영상을 공유하는 다양한 채널이 있습니다. 그중 가장 쉽게 접근할 수 있고, 아이들 사이에서 널리 사용되는 영상 플랫폼이 유튜브입니다. 그래서 유튜브를 플립러닝 영상 업로드 채널로 선택했습니다.



 유튜브를 활용한 플립러닝 수업 초기까지만 해도 영상에 대해서 확신이 들진 않았습니다. 플립러닝에 영상제작이 필요하니 만들었을 뿐이고, 그것을 공유하는 플랫폼이 유튜브였습니다. 텍스트, 이미지, 그리고 영상으로 정보 전달의 형태가 변하고 있다고 합니다. 이미지까지는 충분히 와닿았고, 저 또한 학습에 즐겨 사용하는 형식이었습니다. 임용을 준비하며 오늘 학습한 내용을 마인드맵으로 정리하며 하루를 마무리하곤 했습니다. 텍스트와 이미지는 빠르게 읽으며 필요한 부분을 찾아 선택적 주의집중을 할 수 있습니다. 중요하지 않은 부분은 과감하게 넘기고 내가 모르거나 내용체계상 의미있는 부분을 찾아 반복학습을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영상은 다릅니다. 영상은 일단 틀어놓으면 뒤에 어떤 내용이 나올지 모르기 때문에 한 자리에 앉아 계속 시청을 해야합니다. 그래서 저는 영상이 놀이 컨텐츠로는 적합하지만 학습 컨텐츠로는 효율성이 떨어진다고 생각했습니다.




 요즘 학생들은 자기 표현 욕구가 강합니다.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유튜브 등을 통해 끊임없이 나를 표현하고 주변 사람들에게 알립니다. 제자들과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친구를 맺고 나니 제 피드는 온통 아이들의 일상 모습과 셀카로 가득 차기 시작했습니다. 소다나 유라이크와 같은 우수한 성능의 보정앱은 학생들의 자기표현을 도와주는 훌륭한 도구입니다. 자기 모습과 조금 다르지만, 그래도 본질은 나이기에 학생들은 서로의 일상 셀카에 좋아요를 눌러주고 칭찬 댓글을 달며 온라인에서 유대관계를 강화하고 있었습니다.



 처음 유튜브로 플립러닝 수업을 시작했을 때 놀라운 경험을 했습니다. 제가 들어가는 반마다 칠판에 제 유튜브를 홍보하는 문구가 적혀있었습니다. 100만 구독자를 응원한다는 학생들의 메시지가 칠판 곳곳에 있었습니다. 이때 처음 영상세대라는 말의 의미를 처음 체감하게 되었습니다. 영상은 요즘 학생들에게 가장 친숙한 매체일 수 있겠다 싶었습니다. 영상에 대한 반응은 곳곳에서 이어졌습니다. 지나가는 복도에서, 잠시 쉬어가던 교무실에서 몇몇 학생들이 저를 찾아와 유튜브 영상에 참여하고 싶다고 요청했습니다. 유튜브 영상은 일단 업로드가 되면 전 세계에 공개가 됩니다. 자기 모습이 온 천하에 알려질 수 있는데, 아이들은 이것을 즐기는 것 같았습니다. 인스타그램, 페이스북을 통해서도 영상 참여 의사를 알리는 아이들의 요청을 여럿 접할 수 있었습니다. 어느 날은 수업을 마치고 나가는데 학생 몇 명이 저를 따라 나오더군요. “선생님 진짜 유튜버가 되기 위해서는 영상에 구독, 좋아요, 알림설정을 부탁한다는 멘트를 넣어야 해요.”라고 저에게 조언을 해줬습니다. 그래서 그 아이들에게 그렇다면 지금 나랑 교무실로 가서 직접 영상을 찍어보자고 제안을 했습니다. 그렇게 아이들과 유튜브 인트로 영상을 찍었습니다.
 

3. 플립러닝으로 수업에 생각을 더하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유튜브 영상을 바탕으로 플립러닝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플립러닝 수업에서는 교실에서 학생들의 생각을 자극할 수 있습니다. 신교육목표 분류학을 활용해 플립러닝의 장점을 설명해 보겠습니다. 학생들은 집에서 유튜브 영상을 통해 지식과 이해 수준의 인지활동을 해옵니다. 교실에서 학생들은 교사, 동료학습자와 함께 적용, 분석, 평가, 창안이라는 보다 고차사고를 요구하는 인지 활동을 할 수 있습니다. 이제 교실은 앉아서 수업을 듣기만 하는 공간이 아닙니다. 교실은 이제 친구들과 자기 생각을 나누고 교사의 피드백을 즉각적으로 받을 수 있는 학습 공간입니다.


수업이 시작되면 학생들은 영상 내용을 복습할 수 있는 간단한 문제 풀이를 합니다. 이 문제의 정답을 알려주며 유튜브 영상을 보고 수업에 참여한 것에 대한 간단한 심리적 보상을 제공합니다. 이후에는 학생들의 생각을 자극하는 활동으로 수업을 구성합니다. 학습 내용이 많은 날에는 교사가 절반 정도 완성한 마인드맵을 나눠주고 나머지를 완성하게 했습니다. 행복을 가르칠 때는 진정한 행복을 찾아 나를 키운 장소에 대한 활동을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나를 키운 장소는 나의 행복한 기억이 스며들어 있는 장소를 스케치하며 행복이 멀리 있지 않음을 자연스럽게 깨닫게 계획한 수업입니다. 온대계절풍 기후를 학습하던 시간에는 4계절이 뚜렷한 한국의 기후 특성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자기 생각을 모둠원들과 나누고 발표하는 시간을 가지기도 했습니다. , 여름, 가을, 겨울이 누군가에겐 만족스럽지 않은 계절 변화일 수도 있으니까요.
 

4. TW.graphy와 떠나는 제주도 수학여행

 담임은 아니지만 단체 사진 촬영을 맡아달라는 학년 부장 선생님의 요청으로 제주도 수학여행에 참가하게 되었습니다. 제주도는 지리 교사에게 섬 전체가 지리 교과교실과 같습니다. 제주도 곳곳에 학생들과 함께 나눌 지리적 의미가 가득 차 있기 때문입니다.
수학여행 직전 수업 시간에 영상촬영 희망자를 모집하고 단체 카톡방을 하나 만들었습니다. 우도로 향하는 배 위에서, 중산간을 달리던 버스에서, 복잡했던 단체급식 식당에서 카톡으로 대본을 나눠주고 급하게 영상을 찍었습니다.

 버스에서 내리면 1. 열 개 반 단체사진을 찍고 2. 이번 주제를 맡은 학생을 찾아 영상을 찍고 3. 코스 전체를 따라가기엔 애매한 시간이라 입구 근처를 서성이다가 다시 다음 장소로 이동하기를 반복했습니다. 이렇게 학생들과 함께 고생하며 만들어진 영상이 아래의 제주도 수학여행 유튜브 영상입니다.



 수학여행이 끝나고 바로 다음 수업은 이 영상을 활용한 수업을 했습니다. 아이들은 영상에 자기 친구들이 나올때마다 소리를 지르며 즐거워했습니다. 몇몇 반은 영상에 한 명도 나오지 않은 경우도 있었습니다. 해당 반 아이들은 저에게 왜 우리반은 없냐고 항의를 하며 다음에는 자기 반도 꼭 참여시켜 달라고 요구를 했습니다.
 

5. 교육은 만남이다

 새로 발령받은 학교에서 생존하기 위해 플립러닝을 시작했습니다. 플립러닝을 위해서는 영상 제작이 필요했고, 이것을 공유하는 방법으로 유튜브를 선택했습니다. 어쩌다보니 지리교사 이태우는 유튜버가 되었습니다. 함께 근무하는 많은 선생님이 최신 IT기기와 교수학습방법을 활용한 제 수업에 놀라움을 표시했습니다. 최신의 또는 정교한 교수학습 방법은 교실에 활력을 불어 넣는 중요한 요소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것이 전부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앞서 제 영상에 나오고자 했던 많은 학생을 소개했습니다. 만약 학생들과 저의 관계가 긍정적이지 않았다면 영상에 참여하고자 했을까요? 영상 참여 이전에 당장 수업부터 힘들었을 것입니다.


 교실 수업은 교수학습 방법 이전에 만남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아이들이 제 수업을 좋아한다면, 제 수업 방법에 대한 만족도 있겠지만 학생들과 긍정적인 관계를 형성한 것이 가장 큰 이유라고 생각합니다. 꼭 플립러닝과 영상을 활용한 수업일 필요는 없습니다. 학생들과 긍정적인 관계를 세운다면, 유튜브를 활용한 플립러닝과 같은 손이 많이 가는 수업 방법이 아니더라도 개별 교사가 자신있는 자기만의 수업 방법으로 교실에서 학생들과 유의미한 학습 활동을 할 수 있으리라 확신합니다. 긴 글 읽어주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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