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교육으로 만드는 마을공동체' 직무연수 후기 _ 2교시



 두 번째 시간에는 선생님들과 직접 생활세계와 지리교육을 실행하는 수행평가를 만들어 보았습니다. 전국단위연수라 처음에는 다양한 지역에서 선생님들이 오실 줄 알았습니다. 그래서 모둠 구성을 시도별로 구성해서 선생님들이 거주하는 지역을 바탕으로 수행평가를 만들면 의미가 있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강의 며칠 전에 연수자 명단을 받았습니다. 네 분을 제외하고는 모두 서울에서 근무하는 선생님들이셨습니다.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하다가 서울을 사례 지역으로 선정하면 되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공간 범위는 좁지만, 지리적 다양성은 서울도 충분하니까요. 수행평가 제목은 나와 너의 서울이라는 의미의 ‘I. SEOUL. U.’로 정했습니다. 더불어 살아가는 서울을 알아보자는 의도가 담겨있습니다. 본격적인 수행평가 제작 활동을 시작하기 전 주의사항 몇 가지를 소개했습니다. 교과 내용 전반을 다루는 본 수행평가는 1학기 말에 실시하면 효과적입니다. 학년 초에 실시하면 학생들이 아직 지리마인드가 형성되기 전이라 근접발달영역을 넘어선 어려운 과제가 될 수 있습니다. 1학기 기말고사가 끝나고 방학 전 어수선한 분위기가 형성되는 시기에 한 학기 학습 내용을 복습하고 2학기 내용을 예습할 수 있는 생활세계와 지리교육 수행평가를 시행하는 것을 추천합니다. 모둠 활동을 통해 야외답사를 시행하고 4절지에 답사보고서를 만들어오는 수행평가는 학생들에게 큰 부담입니다. 교실에 앉아 있는 모든 학생이 지리에 관심이 있으면 좋겠지만 현실은 아닌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지리가 아니라 공부 자체에 흥미가 없는 학생도 자주 만나죠. 무언가 큰 유인가가 필요합니다. 그래서 학생부종합전형을 활용했습니다. 아무리 공부에 흥미가 없는 학생도 대학 진학에 도움이 된다고 하면 일단 들어는 보니까요. 학생들에게 4절지 보고서와 함께 개인의 수행평가 참여 과정과 느낀 점을 기록한 개인 보고서를 제출할 것을 부탁했습니다. 이를 바탕으로 수행평가에 참여한 모든 학생에게 한국지리 세부능력특기사항을 기록해 주었습니다. 모둠 구성은 1차 고사 결과를 바탕으로 이질 집단이 되게 했습니다. 모둠원은 4명으로 구성됩니다. 먼저 학생들의 성적 급간을 4개로 나눴습니다. 최상위 급간 친구들에겐 모둠 장 역할을 부여했습니다. 나머지 세 명은 각각의 급간 친구들이 한 명씩 들어갈 수 있게 자원, 가위바위보 등을 활용해서 배치했습니다. 이후 모둠 장을 불러 역할을 부여하고 성공적인 수행평가가 이뤄지게 동기부여를 했습니다. 장소감은 소속감을 부여하고 정체성 형성에 이바지할 수도 있지만 때로는 경계 짓기, 배타성의 도구로 활용되곤 합니다. 나의 장소에 다른 사람이 함께하는 것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이죠. 이번 직무연수의 주제는 마을로 만드는 지리교육입니다. 자기가 사는 좁은 범위의 마을이 아니라 보다 넓은 범위의 마을인 서울을 사례 지역으로 설정했습니다. 다양한 모습의 서울을 알아가며 내가 사는 장소는 나와 너가 함께 살아가는 I. SEOUL. U.임을 확인하길 기대합니다.


인출단서로 활용하기 위해 제시한 한국지리 내용구조 마인드맵

 수행평가를 구상하는 첫 번째 작업으로 2015개정 한국지리 교과서에서 서울에 적용 가능한 개념을 추출하는 활동을 했습니다. 교사의 적극적인 교육과정 재구성이 점차 확산되고 있지만 아직은 교과서가 학교 수업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서울을 떠올려 보라고 요구하는 것은 지리 교사에게도 벅찬 일일 수 있습니다. 그래서 한국지리교과서의 내용구조를 마인드맵으로 요약해서 선생님들께 제시했습니다. 마인드맵을 인출단서로 활용해 브레인스토밍을 하며 서울에서 학생들이 직접 답사를 통해 확인할 수 있는 장소와 개념을 찾아보았습니다. 브레인스토밍을 마치고 4절지를 나눠드렸습니다. 서울 윤곽을 그린 후 지도에 수행평가로 찾아갈 위치를 표시했습니다. 답사 장소를 대표하는 간단한 그림과 학생들이 알아야 할 개념을 키워드 위주로 나타내며 수행평가 안내 지도가 완성되었습니다.


석용넷 모둠의 I.SEOUL.U. 수행평가 안내지도

 위 작품은 석용넷모둠의 수행평가 안내 지도입니다. 선생님들은 학생들이 지하철을 타고 찾아갈 수 있는 서울의 장소를 찾아보았습니다. 지하철 한 호선으로 다니는 것이 이동에 편할 듯하여 2호선 라인을 중심으로 과거, 현재, 미래를 품고 있는 5개 권역을 선정했습니다. 첫 번째 권역은 시청-을지로-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 지나는 역사권역입니다. 시청은 주간인구이동이 많은 서울의 도심이면서 행정기관의 중심이 되는 곳입니다. 을지로와 동대문역사문화공원으로 가면서 옛고을이었던 한양 성벽의 흔적을 볼 수 있고, 청계천을 따라 과거의 물길도 볼 수 있습니다. 두 번째 권역은 뚝섬-성수를 지나는 변화 권역입니다. 낙후됐던 구도심이 번성해 중산층 이상의 사람이 몰리면서, 임대료가 오르고 원주민이 내몰리는 현상인 젠트리피케이션이 일어나고 있는 지역입니다. 지역의 번성을 상승하는 빨간 화살표와 돈 그림으로, 그로 인한 원주민의 힘든 상황을 눈물로 표현했습니다. 세 번째 권역은 강남-역삼-선릉-삼성을 지나는 개발 권역입니다. 강남의 높은 고층건물들과 아파트 개발은 강남의 번성과 강남스타일의 탄생을 가져왔습니다, 강남스타일은 과연 월드스타일까요? 강남의 번성을 표현하고자 빛나는 고층건물 숲을 그렸습니다. 네 번째 권역은 신도림-대림-구로디지털단지를 지나는 다문화 권역입니다. 이곳은 다문화 이주로 인구와 지역구조에 많은 변화가 생긴 곳입니다. 최근 많은 화제가 되고 있는 조선족과 무슬림 인구가 많은 곳입니다. 언론을 통해서 들리는 다문화 현상이 우리 가까이에 있음을 확인하고 이에 대해 생각을 해볼 수 있는 장소입니다. 다섯 번째 권역은 홍대입구-신촌-이대를 지나는 청년권역입니다. 대학가를 비롯해 청년문화가 발달했습니다. 버스킹과 같은 젊은이들의 생동감 넘치는 문화 활동이 일어집니다. 더불어, 과거 1987년 새로운 정치 변화의 불씨가 태동한 곳이기도 합니다. 석용넷 모둠 결과물에 대한 설명은 모둠 구성원이었던 이나리 선생님의 도움을 받았습니다.

 시간이 남을까 걱정해서 루브릭을 활용한 평가기준표 만드는 활동도 준비해갔으나 수행평가 안내지도 활동만으로 시간이 충분해 생략했습니다. 강의계획을 소개할 때 이번 시간을 통해 저도 함께 성장하겠다고 말했습니다. 먼저 그림으로 사고하기에 대한 반성이 있었습니다. 제가 만났던 학생들도 그랬고 이번에 함께했던 선생님들도 그랬고 그림으로 하는 활동이다 보니 심미성이 뛰어난 결과물을 만들고자 노력하는 모습을 많이 보았습니다. 물론 내용도 알차고 아름답기까지 한 결과물이 나온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습니다. 실제로 이 두 가지를 달성한 모둠도 있었고요. 그런데 몇 모둠에선 그림을 그리는 것에 부담을 느껴 학습활동이 더디게 진행되었습니다. 그림으로 사고하기를 안내하기 전에 아름답진 않지만 공부한 내용은 잘 담겨있는 결과물을 제시해서 학습자들의 부담을 덜어내 줄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림으로 사고하기는 이것이면 충분하니까요. 다음으로 모둠 활동에 대한 반성입니다. 아직 서로에게 래포가 충분히 형성되지 않은 선생님들에게 모둠 활동을 제안했더니 서먹서먹한 분위기에 대화가 잘 오가지 않은 모둠도 있었습니다. 모둠 활동을 진행하기 위해서는 학습을 함께할 서로를 알아가는 시간이 선행되어야 한다는 반성이 들었습니다. 처음에는 시간이 남으면 어떡하지 걱정했습니다. 막상 끝내고 보니 두 시간이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르게 흘렀습니다. 기억은 생각의 잔여물입니다. 귀한 시간 내어준 선생님들이 많이 얻어갈 수 있게 학습을 위한 글쓰기와 그림으로 사고하기를 활용해 두 시간 열심히 생각했습니다. 이번 강의가 선생님들의 수업에 조금이라도 도움 되었기를 기대합니다. 감사합니다.


 
<참고>
권정화, 2015, 지리교육학 강의노트, 푸른길
박남기, 2017, 최고의 교수법, 쌤앤파커스
이태우, 2016, 생활세계와 지리교육 남원에 살으리랏다’, 한국지리환경교육학회 동계학술대회 자료집, 42-48
한희경, 2013, ‘장소를 촉매로 한치유의 글쓰기와 지리교육적 함의: ‘나를 키운 장소를 주제로 한 적용 사례, 대한지리학회지, 48(4), 589-607
O. F. Bollnow, 1963, Mensch und Raum, Kohlhammer: Stuttgart(이기숙 옮김, 2011, 인간과 공간, 에코리브르)
+ 저에게 많은 자극을 주는 모든 지리 선생님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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