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습자중심 진로 발표수업 _ 진로TED 수업 후기




 요즘 청주의 B고등학교에서 수업을 빌려와 아이들과 함께하고 있다. 어제는 서태동 선생님이 알려주신 진지TED수업을 실시했다. 진지TED 수업은 자신의 로와 리 개념을 연결해서 ‘TED’ 형식으로 짧게 발표하는 수업이다. 그런데 내가 맡은 아이들은 아직 지리를 본격적으로 배우지 않은 1학년이 다수였다. 대부분 통합사회를 이제 막 배우는 상태. 2학년 아이들도 몇 있는데 한국지리와 사회문화를 배우고 있다. 사실 진지TED수업은 세계지리에 적합하다. 세계스케일에서 자신의 진로와 지리개념을 보다 자유롭게 연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어떻게 할까 고민하다가 욕심을 내려놓기로 했다. 지금 아이들이 공부하고 있는 주제면 충분하다. 지리개념은 조금 몰라도 괜찮다. 아쉽긴 하지만. 그래서 수업 이름을 진지TED에서 진로TED로 변경했다.

 진로TED수업은 아이들의 동기유발에 효과적이다. 수업을 준비하며 교육학 공부하며 들었던 개념 몇 가지가 떠올랐다. KellerARCS 수업모형에서 학생들의 동기유발 전략을 설명한다. 여기서 R전략은 학생들과 수업 내용의 관련성을 통해 동기유발을 시도한다. 학생들은 수업내용이 자신들의 목표와 연결되어 실용성이 클 때 수업에 보다 높은 동기를 나타낸다. 이런 의미에서 자신의 진로와 수업개념의 연결은 동기유발전략으로 효과적이다 생각한다. 나아가 Eccles는 기대가치 이론에서 학생들의 성공에 대한 기대를 높이고 과제의 가치를 부여하는 방법으로 동기를 높일수 있다고 설명한다. 여기서 과제의 가치는 학생들의 내재적 흥미, 효용가치 등이 포함된다. 학생 자신의 진로와 연결된 수업은 내재적 흥미가 크며 미래의 효용가치가 크기 때문에 진로TED수업은 과제가치가 큰 수업이라고 볼 수 있다.

 학생들은 언제나 기대했던 것 이상의 결과를 보여준다. 어제 수업도 그랬다. 그래서 즐거웠다. 자신의 꿈이 정치인인 한 학생 통합사회에서 공간불평등 개념을 가져왔다. 자신이 정치인이 된다면 공간불평등을 완화하기 몇 가지 공약을 제시했다. 이 학생은 세종시가 행정기능만으로는 자족하기 힘들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국가주도로 기업체를 유치해서 더 많은 인구가 정주하고 이를 통해 수도권에 집중된 사회경제적 인프라가 세종시에 더 갖춰지길 희망했다. 다음으로 청주시의 지역브랜드인 직지의 문제점을 꼬집었다. 직지가 청주를 대표하는지도 모르겠고, 직지를 통해 어떻게 청주를 발전시킬지 모호하다는 지적이었다. 자신의 꿈이 교사라고 밝힌 학생은 한국지리에서 교통통신의 발달, 정보화사회 진입 등의 개념을 가져왔다. 머신러닝, AI 등으로 대표되는 급변하는 사회 속에서 기존의 정보전달 위주의 교사 역할은 더 이상 존재하기 어렵고 변해야 한다는 생각이었다. 창의력(Creativity), 비판적 사고(Critical Thinking), 소통능력(Communication), 협업능력(Collaboration)4C를 제시하며 이러한 역량을 함께 키워가는 교사가 되고싶다고 이야기하며 발표를 마쳤다.

 요즘 교육과정, 수업, 평가, 기록의 일체화라는 교수평기일체화 이야기가 자주 언급된다. 나는 이것의 핵심을 학습활동은 교실에서 이뤄져야 한다는 것으로 이해한다. 과제물을 내주고 학교 밖에서 해오는 학습활동은 몇 가지 문제점이 있다. 먼저 참여도가 미흡하다. 교사의 시선을 벗어나면 미루고 미루다가 과제물을 해오지 않거나 급하게 마무리 지어 오는 경우가 많다. 수업은 모든 학생들의 참여와 배움을 전제하고 계획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상적인 생각이지만 그래도 이렇게 되게 노력해야한다. 과제물 제시를 통한 수업 활동은 학습욕구가 낮은 학생들을 교실에서 더욱 멀어지게 할 가능성이 있다. 그래서 나는 플립러닝, 하브루타와 같은 최근에 인기를 끌고있는 수업 방법을 조금 비판적으로 바라본다. 둘째, 과제물 제시를 통한 학습결과물은 신뢰도가 낮다. 학생부종합전형이 강화되면서 학교 내신 과제물을 대신해주는 학원까지 생겼다고 한다. 굳이 학원이 아니더라도 집에서 가족들의 도움을 받아 해오는 과제물은 학생의 것이 아니다. 셋째, 학교 밖에서 해오는 과제물은 구성주의에서 이야기하는 스캐폴딩, 코칭, 모델링을 하기에 적절하지 않다. 실제 학생들의 학습 수행을 바라보며 교사는 학생들에게 적절한 개입을 통해 성장을 도모해야하기 때문이다.

 이번 수업을 준비하고 실행하고 반성하며 다시한번 학생부종합전형에 대해 생각한다. 수능이 대입에 결정적으로 작용한다면 교사는 교과서 전체 내용을 꼼꼼히 다뤄줘야한다. 사실 이건 완곡한 표현이고 실제로는 수능 기출문제에 맞춰 모든 교수학습과정을 재구성해야한다. 그런데 진로TED와 같은 학습자주도의 수업은 많은 내용을 다루기엔 한계가 있다. 단순하게 학생들에게 전달될 지식의 양만 따진다면 설명식 수업으로 한 시간 설명하면 될 것을 학습자주도 수업에선 세네시간은 할애해야 한다. 따라서 수능이 지배하는 교실에서는 이런 수업을 하기에 부담이 크다. 하지만 학생부종합전형은 교사에게 자율성을 부여한다. 자신이 가르치고 싶은 개념을 선택하고 집중하며, 교육과정재구성가가 되어 교사와 학생 모두 능동적인 수업을 경험할 수 있게 도와준다.
 
 오랜만에 수업을 했더니 많은 생각이 스쳐 지나간다. 다시 한 번 수업의 아이디어와 구체적인 방법까지 안내해주신 서태동 선생님께 감사를 표하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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